[수다] 교과서를 위주로 공부했어요.

2021. 10. 28. 10:47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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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문서 보시면서 공부하세요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프론트엔드 개발자 되기’, ‘백엔드 개발 시작하기’ 와 같은 글이나 영상을 보다 보면 간혹 듣는 말이다. 잘 보면 대부분 개발 내공이 좀 있는 분 그러니까 더 이상 비기너도 아니고 주니어도 아닌 '공력'이 보통이 아닌분들이 어떤 언어를 처음 공부할 때 공식문서를 보고 했다고 하면서 이런 조언을 많이 한다. 공식문서를 보고 따라 치면 금방 이해하고 뭔가 만들 수 있다고 하던데...

 

  그래서 공식 문서를 봤다. 영어다. 크롬에서 오른쪽 버튼을 눌러 번역을 했고, 읽히지도 않는 글을 읽어가면서 설치까지 어찌저찌 해 다음을 누르면 또 이해할 수 없는 글이 화면을 흘러가고 있었다.

 

  공식문서를 보고 뭔가를 해낸 사람들은 일단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힘세고 강한 아침,

 

  공식 문서를 눈으로 해석하는건 포기하고 파파고나 구글의 도움을 받으면 왈도체가 나온다. 게다가 인스턴스나 오브젝트 같은 원래 생활영어나 기초영어에서 써도 그 뜻으로 해석하지 않는 단어들이 있기 때문에 번역기를 돌려도 문장이 해석이 안된다. 메서드도 join() 이런건 그래도 이해가 갔지만 메서드 이름 자체를 사전을 찾아봐야 하는 것도 있었다.(고등학생 때 영단어를 더 열심히 외웠어야 했다.) 변수명도 foo니 bar니 하는건 애교다. 해석하지 않아도 되니까. 예시로 든 변수명이 더 어려울 때도 있었다.

 

느슨한 동등성

   

그리고 영타.. 난 영타가 너무 느려서 한동안은 한컴타자연습에서 영타 연습을 주구장창했다. 

 

  그리고 영어를 제외하고도 공식문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컴퓨터 언어가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고,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어떤 순서로 진행해야 하고, 공식문서를 내 컴퓨터에 적용했을 때 생긴 오류를 어떤 방식으로 잡아나가는지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인스턴스가 생성되면 뭔가 이런 일이 일어나니까 이때는 이렇게 작성하세요를 보고 읽고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는거다. 

 

  지금 개발자로 일하시는 분들 중에는 생짜로 독학하신 분도 분명 있겠지만 아마 현 시점까지는 대학에 입학해 전산과 혹은 컴퓨터공학과와 같은 곳에서 정규 교육, 그러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을 말하는 감자로까지 만들 수 있는 4년이라는 혹은 그것보다 적거나 긴 시간 동안 과정을 밟아나가신 분들이 대부분일거다.

 

대학생은 말하는 감자라고요


  내가 공식문서라는 것을 보고 겪은 것처럼 그분들도 처음 학교에 들어가서 한 손에 쥐어지지도 않는 살상무기 같은 전공서적을 처음 펼쳤을 때 느꼈을거다. 책에 나와있는 내용 그대로 따라해도 안된다는 것을. 간신히 1장 따라하면 2장에서 오류 뜨고, 오류 뜬거 뭔지 확인하고 해결해서 내 컴퓨터에 설치까지 하면 3장에서 오류가 나는 그런 경험. 승질뻗쳐서 때려치고 싶은 그 마음.

 


  지금은 오류 나면 구글 검색이라는 것이 있지만 이전에는 선배한테 묻거나 또 다른 공식 문서를 찾아서 해결하고 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공식 문서를 파악해본 경험이 쌓이고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쌓이고 언어 구조에 대한 눈이 열려서 공식 문서만 봐도 언어의 흐름이 대충 이해되고 오류가 생겨도 어떻게 해결하면 되는지 알고…

  그래서 이제는 누가 '처음 시작은 어떻게 해요?' 물어보면 당연히 '공식 문서 보세요.' 가 나올 수 밖에 없는거다. 본인이 공부하던 시절의 전공책보다 몇 배로 친절한 공식 문서가 있는데 초심자들은 왜 이걸 보고 안하려고 하지? 이렇게 쉽게 설명하고 있는데? 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니요 하나도 안 쉽고 하나도 안 친절하다고요ㅠㅠㅠㅠㅠㅠㅠ

 

 


  공식 문서는 교과서다. 초등학교 교과서도 초등학생한테는 어렵다. 심지어 교과서라지만 완전무결하지도 않고 오타도 있고 내용 상 오류도 있다. 게다가 접속사 부사 마침표만 보이고 듣도 보도 못한 단어들 때문에 단어 찾느라고 한 세월 보내기도 한다. 초등학생이 새 학년 새 학기에 교과서를 보고 반이라도 이해하면 천재소리 듣고 아니면 보습학원(= 부트캠프, 국비학원 등)을 다니거나 자습서(= 온라인 강의, 책)를 사거나 (제 세대에는 전과를 많이 봤어요) 엄마나 손윗형제자매(= 멘토, 전임자, 사수 등)에게 물어보거나.

  선생님 혹은 교수님 급 되시는 분들이 공식문서 보라는 것은 당연하다. 교과서니까. 이전에 공부한 것에 비해 몇 배는 친절해진 교과서니까 얼마나 좋아! 얼마나 친절해! 이것만 보면 C언어 하던 나도 리액트 금방 배워서 하겠는데! 같은 마음이겠지.

  시간이 지나면 공식문서가 쉬워지는 시간이 올거다. 익숙해진다는게 가장 무서운 무기인 것 같다. 나도 '공식문서 보고 OO 만들어 봤어요' 같은 말을 몇 년 안에는 했으면 좋겠다. 새로운 언어가 나오면 공식 문서 보고 서비스 하나 만들고. 난 아직 리액트 공식 문서 따라 치는 것도 잘 못한다. 그리고 회사 플랫폼이 카페24 기반인데 여기 공식문서 읽는 것도 어렵다.

 

 

한국말인데 한국말 같나요?

 


  아무튼 선생님들님 공식문서는 전공책 같은 거니까 아무한테나 권하지 마시고 아직 감자도 못 된 놈들에게 그런거 주시면 안됩니다. 특히 MDN은 너무 어렵습니다…. 번역체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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